미국의 안보문제 전문 싱크탱크인 '신아메리카안보센터(CNAS)'의 선임연구원을 지낸 브라이언 버튼(Brian Button)은 "동맹국들이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나서는 가운데 미국은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 상원에서 방위 및 국가안보 요원으로 일하며 워싱턴 D.C.에 근거한 신아메리카안보센터(CNAS)에서 선임연구원을 지낸 뒤 보잉에서 국제사업의 스페셜리스트로 일하는 브라이언 버튼은 외교정책과 국가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포럼인 워 온 더 록스(War on the Rocks) 기고한 글에서
"동맹국들이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나서는 가운데 미국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참고로 브라이언 버튼은 한국에서도 수십억달러 규모의 전투기 프로그램의 거래를 주도해 온 실적이 있습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미국의 국방비 증액요청에 부응해 영국과 프랑스, 독일과 스페인, 이탈리아와 한국 일본 등 미국과 친밀한 동맹국들이 국방비 증액에 동참하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증액된 자금이 미군을 보완하기 위한 전력강화 목적이 아닌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가 지적하고 있는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은 향후 4년간 20억파운드(약 3조원)의 투자를 약속한 영국의 템페스트 프로그램과 1,000억유로(136조원) 이상으로 전망되는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의 FCAS 프로그램,
4조엔에서 5조엔(40조원에서 50조원)규모의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차기 전투기 F-X 프로그램, 그리고 약 80억달러(약 9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KF-21 프로그램을 말하고 있습니다
브라이언 버튼(Blan Button)은 미국의 동맹국들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같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들이 성공한다면 동맹국들은 "미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울 수 있는 적절한 군사적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맹국들의 전투기 프로그램은 경쟁관계에 노출돼 적극적인 공조가 부족하고 "동맹국들의 한정된 자금이 미군과 상호 운용성이 떨어지는 중복된 프로그램에 소비된다면 감시정찰과 방공·미사일 분야같은 다른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할 여력이 떨어져 동맹 전체의 이익을 해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즉, 각 동맹국들의 전투기개발 프로그램은 장래의 위협이나 전장 환경의 설정이 다르기 때문에 스텔스 성능과 전투기의 성능, 급유환경과 작전 반경, 무기 탑재량과 데이터 통신 등에 대한 각국이 생각이 다르며 이처럼 차세대 전투기에 대한 요구요건이 제각각이어서 자금의 투자효율이 나쁘다고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이러한 중복투자를 피하기 위해 정치적인 압력을 구사하는 것은 “그만 두는 것이 좋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는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고 동맹국의 한정된 자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정치적인 압력을 사용해 프로그램 자체를 중단시키고 미국의 프로그램으로 통합한다'라는 수법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원한이나 저항만 불러일으킬 뿐이다라고 지적했고
더욱이 동맹국의 전투기 프로그램은 고용이나 산업기반 유지라는 국내 산업정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동맹국들의 노력을 미국이 경솔하게 부정하거나 경시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는 러시아나 중국의 대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독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안전보장상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미국이 “전부터 동맹국과의 협력기회를 방해하는 나쁜 버릇에 사로잡혀 있다”라고 지적하고그는 “동맹국들과의 논의나 공동작업에 방해가 되는 이러한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현재 미국정부의 복잡하고 제약이 많은 수출관리 프로세스 하에서는 동맹국들과 다양한 차세대 전투기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미 공군이나 미 해군이 개발중인 차세대 전투기 역시 동맹국들에 대한 수출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이 동맹국들로 하여금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을 강행하게 한 주요한 이유라며 따라서 미국은 "무의미한 절차만 중시하는 관공서 업무와 결별하고 동맹국과의 공조기회를 되찾아야 한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러시아나 중국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전투기 프로그램과의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거나
가능한한 동맹국들과의 중복되는 기술에 대한 투자를 피하기 위해서 미국 정부는 얽히고 설킨 정책이나 절차와 결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일본이 개발중인 차세대 전투기개발 프로그램인 F-X를 예로 들며 일본 정부와 록히드마틴 같은 상업기반에 의한 지원이 아닌 정부간 기반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필요로 하는 기술을 동맹국들에게 제공하거나 공동 개발함으로써 "동맹국 간 연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현재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대해 언급하자면 지난 6월 21일에 영국의 군사 전문매체인 JANES는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미국의 6세대 전투기 개발프로그램에서 사용중인 개발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일본 방위성의 홍보 담당자는 영국의 군사전문 매체인 재인스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엔지니어링이라고 불리는 방법을 이용해 차기 전투기의 개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일본이 미국을 따라 이런 최신 기술을 도입한 것은 미국과 영국에서의 전투기 개발흐름을 따라한 것으로 디지털 엔지니어링은 차세대 전투기의 설계 및 개발, 생산과 유지보수에서 효율 향상에 기여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또한 "차세대 전투기에 채택할 레이더나 전자장치 등의 항공전자 개발에는 개방형 시스템 아키텍처(OSA)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연구중이며,
이 기법은 전투기의 확장성을 높여 앞으로 실시될 업그레이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국이 사용중인 디지털 엔지니어링이란 전투기를 컴퓨터상에서 설계하고 설계정보를 데이터화하여 시제기를 제조하기 전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가동해 문제점을 알아내어 개발기간이나 개발비를 단축하는 새로운 항공기 개발방법입니다
군용기 개발에 미국이 이 방법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은 보잉의 T-7A가 처음이며
F-15EX 기수와 앞부분 동체 및 주익도 디지털 엔지니어링을 통해 데이터화됐고, 현재 개발중인 신형 스텔스 폭격기인 B-21도 노스롭 그루먼이 개발한 디지털 엔지니어링으로 설계됐습니다
미 공군은 차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인 NGAD에서도 유인 전투기와 무인 전투기의 개발을 위해 디지털 엔지니어링을 도입하여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여기에 미 공군은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오픈 아키텍처에 의한 개발 방식을 '디지털 트리니티'로 부르고 있으며 이러한 개발 방식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군사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개발의 패러다임 바꾼 것입니다
이러한 디지털 트리니티를 일본은 차기 전투기 개발에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의문인 것은 디지털 엔지니어링을 이용한 개발 인프라를 일본은 어떻게 준비해 나갈 것인가 입니다
미국에서는 록히드 마틴과 보잉, 노스롭 그루먼 등 3개 회사가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술을 자체 개발하여 인프라를 구축해 왔습니다
이 3개 기업이 구축한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술은 기술 검증용 항공기를 포함해 시험 제작에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입했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에는 록히드 마틴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록히드마틴의 디지털 엔지니어링 시스템인 'Star Drive'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개발 인프라를 록히드마틴에게 의존하게 되어 독자적인 디지털 엔지니어링을 이용한 개발 인프라를 정비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의 항공기 개발은 앞으로도 록히드마틴에게 계속 의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일본의 군사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이 유인 전투기와 무인 전투기를 동시에 개발하기도 전에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기술개발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디지털 엔지니어링 인프라부터 정비를 하게 된다면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사업은 계속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일본의 차기 전투기 개발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전체 개발을 주도하고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전투기를 구성하는 각 요소의 인테그레이션(통합)을 지원하는 체제로 진행되며 주요 부분중 개발위험이 가장 높은 엔진부분은 영국과 공동 개발하여 실패의 위험성을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은 디지털 엔지니어링이라는 최신 항공기 개발 방법을 도입하여 차기 전투기를 개발하려고 하지만 현재로선 일본은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술에 필요한 기술이나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브라이언 버튼은 이러한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술을 동맹국들과 공유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생각은 그가 보잉에서 맡고 있는 국제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견해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나 군의 생각을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미 국방부는 유럽의 차세대 전투기들과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이 개발한 차세대 전투기를 구성하는 기술을 동맹국들 간에 공유하자는 아이디어가 실현될지는 미 국익의 파수꾼인 미 의회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브라이언 버튼의 주장은 실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나 폐쇄적이였던 미국의 기술공유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미국내에 싱크탱에서 나오고 있으며 결국 그동안의 폐쇄적인 기술공유 정책이 동맹국들로 하여금 전투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원인을 초래했으며 동맹국들의 이러한 정책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싱크탱크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동맹국들에게 기술을 공유하지 않았던 미국의 정책이 서서히 변화해 나갈지도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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