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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에서 보이는 터키의 그림자, 터키는 왜 이분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려 하나?

by greengate 2020. 10. 9.

구소련 시절부터 '견원지간'으로 불렸던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또다시 무력충돌이 발생했습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아제르바이잔에 아르메니아인들이 거주하는(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발생한 아제르바이잔 내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AP·로이터·타스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27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아제르바이잔군이 아르차흐(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민간인 정착촌에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아르메니아 국방부는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아제르바이잔군 헬기 2대와 드론 3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으며 아제르바이잔 전차를 격파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이날 아르메니아 쪽이 먼저 나고르노-카라바흐와 가까운 자국 영토 내 군기지와 주거지역에 대규모 도발 행위를 벌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르메니아의 도발로 민간인이 사망하고 민간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해 자국민 보호를 위한 보복조처를 실시했다는 것이 아제르바이잔 측 주장입니다.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의 7개 마을을 장악했다고 밝혔으나, 나고르노-카라바흐를 통치하는 아르차흐 공화국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아르차흐 공화국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동원령을 선포했습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두고 1988년부터 갈등을 겪고 있으며 1992~1994년 전쟁까지 치렀습니다.

옛 소련 시절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 영토'였습니다.

소련이 붕괴하기 직전 나고르노-카라바흐는 향후 독립공화국을 설립한 뒤 궁극적으론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이후 이를 지원하는 아르메니아와 막으려는 아제르바이잔이 전쟁을 벌였습니다.

당시 전쟁으로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이와 인접한 아제르바이잔 영토 일부를 점령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적으론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실효적으론 아르메니아가 지배하는 분쟁지역입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은 아르메니아를 제외한 단 한 곳의 유엔 회원국도 국가로 승인하지 않은 미승인 국가로 2017년 국민투표로 터키어에서 유래한 '나고르노-카라바흐'라는 이름을 '아르차흐'로 바꿨습니다.

이날 무력 충돌 이후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대국민 TV 연설을 하고 "우리의 명분은 정의롭고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며 "아제르바이잔 군대는 우리영토 안에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히트메트 하지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 대변인은 "민간인과 군인 사망자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르메니아 현지 언론도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군이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수도인 스테파나케르트를 포함해 민간인을 공격했다""비례적 대응"을 천명했습니다.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우리는 아제르바이잔의 침략으로부터 모국을 지키기 위해 군과 함께 할 것"이라며 "우리의 신성한 조국을 지킬 준비를 하라"고 말했습니다.

구소련 국가 간 무력충돌에 러시아는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양측은 즉시 사격을 멈추고 사태를 안정화하기 위한 대화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랑스도 양측에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즉시 대화를 재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겠다""양측이 협상을 통해 이견을 해소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반면, 같은 튀르크계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해 온 터키는 아르메니아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이브라힘 칼른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우리는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아르메니아의 공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아르메니아가 민간인을 공격해 휴전을 깨뜨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개전 초기부터 터키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군사 충돌에 크게 관여하고 있습니다.

터키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군사 충돌에 관여하고 있다는 말은 아르메니아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아르메니아 측은 터키 공군의 F-16C/D가 공습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심지어 아제르바이잔 군뿐만 아니라 터키군과도 싸우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터키의 도움으로 아제르바이잔은 전세를 우세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특히 터키제 무인 공격드론은 아르메니아 군에 공포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시리아 내전과 리비아 내전에서 맹활약한 터키제 무인항공기 바이락타르 TB2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UAV8,000m 이상의 고도로 비행하여 열 광학 카메라로 적을 포착한 뒤, 적 근거리 방공시스템 사정권 밖에서 정밀유도무기로 공격해 오기 때문에 매우 성가신 존재입니다.

이를 보여주듯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27UAV(기종명은 비공개)를 이용한 아르메니아군의 근거리 방공시스템의 파괴 장면을 공개하며

아제르바이잔이 전투를 우위로 진행하고 있음을 강조했고,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아르메니아군의 9K33 오서를 14기 파괴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무인항공기가 현재 전투에 필수적인 존재가 됐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황 추이나 언론전략 등이 워낙 솜씨가 좋자 누군가 꾸며낸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아르메니아군이 도발적 공격을 해와 반격을 가했다는 아제르바이잔 측의 설명은 설득력을 잃고 있으며터키가 지원하고 용의주도하게 짜인 작전이라는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런던에 근거지를 둔 비정부기구인 시리아인권감시단은 매우 믿을 만한 정보를 바탕으로 터키가 지원하는 시리아인 용병그룹이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 도착했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지난주 인터넷에 공개된 음성 데이터 내용이 옳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음성 데이터에는 터키가 지원하는 자유시리아군(FSA) 병사 1,000여명이 27~30일까지 아제르바이잔에 입성한다는 내용이였습니다.

이어 러시아 스푸트니크 기자는 아제르바이잔의 정보원으로부터 입수한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으며 이 영상은 자유시리아군 병사들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 매체 인테르팍스통신은 아르메니아 국방부로부터의 정보를 토대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싸움에 해외 용병이나 터키제 무기를 포함한 터키의 개입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르메니아의 니콜 파시얀 총리는 국제사회에 아제르바이잔과의 분쟁에 터키가 간섭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청 중입니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터키가 이번 분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터키는 아제르바이잔의 등을 밀어 군사 충돌을 이 시기에 발생시켰을까요?

한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는 터키에 대한 유럽의 비판을 분산 또는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EU는 최근 리비아에 대한 무기금수조치를 위반했다며 터키 기업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고 또한 동지중해 문제와 관련해 키프로스와 프랑스가 터키에 대한 경제제재를 주장하는 등 터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좀 더 긴급한 상황을 만들어 EU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 지역은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의 원유 및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수송하는 송유관이 통과하고 있습니다.

이 송유관은 카자흐스탄에서 시작해 카스피 해를 건너, 아제르바이잔을 거치고 그루지야를 지지나 터키와 유럽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유럽에 에너지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요컨대 터키는 시리아 난민이나 리비아 난민과 마찬가지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분쟁을 이용하여 유럽을 위협할 소재로 삼을 생각인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유럽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분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주목되며

또한 유럽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터키에 유럽이 굴복할 것인지 아니면 의연한 대응을 해 나갈지 주목됩니다.

* 저는 밀리터리 전문 채널인 '이상튜브'를 운영중에 있으며 이 글의 유튜브에서의 사용이나 다른 블로그에서의 게재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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