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에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계속해서 약진하는 한국 방위산업에 대해 서방세계는 오랫동안 한국의 능력을 과소평가해 왔다고 밝혔고, 호주 언론들도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KAI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10년 만에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정말로 놀랍다고 보도하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나토의 주요 회원국인 폴란드와의 무기거래에는 K2, K9, FA-50, 천무 등이 포함됐으며, 로이터통신은 양국 거래에 직접 관여한 사람을 포함한 13명의 관계자를 만나 세계에서 성공하고 있는 한국의 방위산업에 대해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유럽의 방위산업 관계자는 "한국이 제공하는 방위장비는 NATO 국가들이 보유한 무기와 호환성이 좋은데다, 이를 다른 나라보다 저렴하고 단기간에 납품할 수 있고, 또한 한국내 발주를 재조정해 이를 수출용으로 돌릴 수 있으며, 단기간에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유럽 관계자도 "우리라면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에만 몇 년이 걸리지만, 한국은 이를 몇 주에서 몇 달 안에 정리해 버린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한화 공장에서는 6대의 용접로봇과 150명 이상의 근로자가 K9 생산을 담당하고, 이 회사는 최근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정원을 50명 정도 늘리고 생산라인도 증설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한화 관계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생산능력 확장 자체는 용접작업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로봇이 열쇠를 쥐고 있으며, 가동시간은 하루 8시간 정도지만 필요하다면 24시간 가동도 가능해 기본적으로 어떤 발주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폴란드 정부 관계자도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장비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은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고 밝혔고, 실제로 한국은 계약 체결 8개월 만에 K2 21대, K9 36대를 전달했습니다.
또한 폴란드 국제문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헝가리는 2018년에 발주한 레오파르트 2A7+를 단 한 대도 인도받지 않고 있어, 독일의 제한된 생산능력을 감안할 때 한국의 제안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폴란드와의 거래는 본격적인 유럽 진출을 위한 발판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잠재 고객들에게 쉽게 판매할 수 있도록 폴란드에 한국산 방위장비를 현지에서 생산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고, 국방부 관계자도 "한국 정부는 군사외교와 방위협력을 추진해 우리의 방위장비를 구입해 준 국가와의 관계를 단순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를 뛰어넘는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냉전시대에 무기거래는 공급국이 한정돼 있었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라는 관계를 넘지 못했지만, 냉전 종식 후 무기거래가 큰 폭의 수요 감소에 직면하자 그동안 구매자였던 각 나라들은 방위산업 자립을 위해 오프셋 계약을 통한 기술이전이나 현지생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미국만은 판매국에 대한 기술이전에 소극적이며, 그럼에도 시장에서 팔리는 이유는 미국의 정치력과 안보상 뒷받침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미국과 같은 조건으로 해외시장에 도전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미국 이외의 국가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거래 전체에서 어떤 차이'를 제시할 필요가 있고, 미 방위산업의 전통적인 경쟁상대인 유럽 방위산업이 기술이전이나 현지생산에 응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며, 세계 방위시장의 신규 플레이어라면 제시하는 조건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유럽의 방위산업체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 사이에 한국은 첫 국산 로켓을 발사하고 국산 전투기를 첫 비행시켜 수십억달러의 수출 계약을 따냈습니다. 이것은 다른 나라의 10년치 성과에 해당하며 우리는 오랫동안 한국의 실력을 과소평가해 왔다"며 방위산업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의 약진에 경계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매우 재미있는 것은 한국 기업과 대립해 나갈지, 아니면 공존해 나갈지는 유럽 기업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지상장비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레오파르트 제조사인 독일 KMW는 한국의 유럽 진출에 부정적이며, 이 회사 CEO인 랄프 케첼은 "폴란드가 채용한 K2를 다른 유럽 국가들도 채용하면 다시 지상장비의 다양화가 시작돼 유럽 방위산업은 내몰리고, F-35가 유럽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에 빠질 뿐"이라고 경고, 유럽은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통일된 접근법 아래 레오파르트2에서 차세대 전차인 MGCS(독일과 프랑스가 개발중인 차세대 전차)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레오파르트2로 구축된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유럽 방위산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MGCS를 유럽 표준전차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이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MGCS의 기술과 워크쉐어를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 개방할 생각이 현재로선 전혀 없어보입니다.
한편 유럽 방위산업을 대표하는 에어버스 D&S는 한국 기업과의 상생을 모색하기 시작했으며, 이 회사의 쉴호른 CEO는 "한국에 아시아 다섯번째(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로 연구개발 거점을 설립해 한국 기업에서 항공부품 수입량을 연간 7,000억원에서 1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공동으로 FA-50 등 한국산 항공기의 유럽 진출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한국 측도 이 회사의 항공기 프로그램에 한국 기업을 초기부터 참여시켜 단순한 공급업체가 아닌 프로그램의 중요한 파트너로 취급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대신 규제완화나 세제혜택을 마련해 세계 제일의 투자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에어버스D&S 측에 약속했습니다.
참고로 한국 방산의 약진에 주목하는 언론은 영국의 로이터뿐만 아니라 호주 디펜스미디어도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LIMA 2023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성과(FA-50M 18대 판매 관련 계약 체결과 2차 도입을 말레이시아 정부가 승인했다는 소식)를 거둔 곳은 한국 기업으로, 고도로 자동화된 FA-50 생산라인은 속도와 규모 면에서 항공기 제조업체의 모범이라며, 무명이었던 KAI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10년 만에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서 서방의 방산업체를 제외하고 해외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은 튀르키예의 터키항공우주산업(TAI)과 바이카르(TB2 등 무인전투기 제조사), 아랍에미리트의 EDGE, 브라질의 엠브라에르, 인도 힌두스탄항공, 그리고 한국의 KAI와 현대로템 및 한화디펜스 등인데, 현재 한국의 방위산업 기업들은 판매 규모면에서 신규 플레이어가 아니고 방위산업계의 주류 기업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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